본문 바로가기

그의 이야기/일상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아버지께서 원래 계시던 곳.. 어딘지 모를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그날~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금요일이 공휴일이었기에 꿀같은 주말 연휴.

하지만 일요일 저녁부터 괜한 우울함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웬지 모를 공허함. 무기력증

   

그렇게 밤을 새고나니 도저히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연휴뒤에 다시 휴가를 제출.

   

멍하니 지친 몸뚱이를 뉘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전화가 한통.

   

어머니께서는 내가 출근하신줄 알고,

회사 근처인 병원에서

밥이나 같이 먹자며 부르신다.

   

잠시 눈을 붙이고,

오후에 병원에 도착했다.

   

변함없는 병실.

그리고 아버지.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했다.

   

갑자기 고모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어머니는 자리를 비우기 싫다고 하신다.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간 후 의사가 의미없이 다녀갔다.

이미 선고가 내려져 이들이 하는 것은 몰핀 투여와 상태 체크 외에는

없었다.

   

별 도움될 말을 들은 적이 없으니 의사가 왔다 가던 오지 않던

신경을 쓰시지 않던 아버지가 이날은 어머니께 물으셨다.

   

"준비하래?"

   

어머니가 갑자기 무너지셔서 울기만 하신다.

   

그 모습에 아버지는

   

"울긴 왜 울어. 아픈 것 다 낫고 좋은데 가는 것이니

축복해 줘야지"

   

어머니는 그냥 울고만 계셨다.

   

"나 잠깐 누울께"

   

아버지는 허리와 하체 뼈에 퍼진 암 때문에 근 3일은

눕질 못하셨다. 3일만에 잠깐 누우신다 하셨다.

   

그리고, 잠깐..

   

아버지의 눈이 오로지 한곳만 응시하시기 시작했다.

내 얼굴을 들이밀며 불러도 변화가 없이.

   

그렇게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입만 움직이신다

가시기전에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걸까

   

그저 알겠노라고

어머니, 동생들 잘 챙기고 도와가며 살겠노라고 말씀 드렸다.

잠깐 눈 붙이고 나면 병도 다 나아 편안해

지실 것이라 말씀 드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눈을 감으셨다.

   

암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한동안 못 뵈었던

그 편안한 얼굴을 하시고 계셨다.

   

심박계는 90에서 80, 70..60..50..40..30.. 곧 0으로 떨어졌다.

   

2010년 5월 24일 20시 45분,

아버지께서는 편안해 지셨다.

   

준비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무리 듣고, 이해하려고 해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알수없는 그 떠나 보내는 고통을 이때 느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사진처럼 한장 한장 스쳐간다.

   

   

   

   

   

   

세상이 궁금해 마실 나왔다가

좋은 구경 잘 하고 돌아가네.

   

푸른 하늘과 산, 바람 벗들 많으니

이 세상 이야기에 즐겁겠네. 

   

세상에서 받은 것 너무 많으니

추억과 그리움은 남겨놓고 떠나가네.

'그의 이야기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휘팍 락카 대전 승리  (0) 2014.09.25
금연 일기 5일차~  (1) 2014.06.22
막차타기  (0) 2013.09.10
인라인 걸음마  (0) 2013.09.02
에버랜드 나들이  (0) 2013.08.20
아들 사진 한장  (0) 2013.01.08
잦은 금연시도~ 약해지는 의지~  (0) 2011.04.16
안식월~ 그 첫주의 느낌  (0) 2011.02.24
일찍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0) 2009.01.21
2세탄생  (0) 2007.10.19